포의족(布依族)의 산수 시편
2025-09-11 10:12:48
청색과 백색이 어우러진 옷은 마치 출렁이는 물결과 같고, 석판집(石板房, 석재를 주요 건축 재료로 하는 전통 민가의 일종)과 논밭은 산의 기복을 장식하는 등 산수의 화폭 위에 포의족 사람들의 시적인 삶을 묘사하고 있다.
백월족(百越族) 중 ‘낙월(駱越)’ 지계의 후손인 포의족은 예로부터 남판강(南盤江)과 북판강(北盤江), 홍수하(紅水河)와 같은 지역에서 번영을 누리며 살아왔다. 주로 구이저우(貴州), 윈난(雲南), 쓰촨(四川)성에 분포하는 포의족은 그중에서도 구이저우성의 포의족 인구가 많다. 그들은 주로 첸난(黔南)과 첸시난(黔西南) 두 지역의 포의족·묘족(苗族) 자치주와 안순(安順)시, 구이양(貴陽)시, 류판수이(六盤水)시에 거주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도 흩어져 살고 있다.
산수 사이에는 포의족 사람들의 집이 있다. ‘사람들은 윗층에서 살고, 아래층에서 소·말·양·돼지 등의 가축을 기른다(人棲其上、牛馬羊豚畜其下)’는 간란식(桿欄式) 석판집은 포의족의 독특한 전통 가옥이다. 구이저우성 안순시 전닝포의족묘족자치현(鎮寧布依族苗族自治縣)에 위치한 닝시(寧西)거리 가오당(高蕩)촌에는 아직도 전통 석판집 건축군이 보존되어 있다. 산림으로 둘러싸인 계곡에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돌문, 돌다리, 돌집, 성채, 군사 시설, 옛 우물로 이루어진 돌의 왕국이 고요한 분위기를 머금은 채 시적인 한 폭의 그림 같은 매력을 풍기고 있다.
논밭 옆에서는 포의족들이 부지런히 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은 ‘벼의 민족(水稻民族)’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들의 조상들은 일찍부터 논에서 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전설에 따르면 포의족의 시조인 부뤄퉈(布洛陀)는 <부뤄퉈경시(布洛陀經詩)>에서 등재하는 ‘부뤄퉈는 논밭을 만들고 경작과 직물을 가르치고 인륜을 세웠다(布洛陀, 造天地, 教耕織, 立人倫)’라는 경문처럼 겨레를 이끌어 계단식 논밭을 개간하고 가축을 길들이는 법을 가르치고 윤리적 규칙을 정했다고 전해진다. ‘6월 6일’은 첸난의 포의족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성대하고 가장 민족적 특색을 지닌 전통 축제로, 부뤄퉈의 고대 전설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포의족이 벼 농사 위주의 오랜 농경사회에서 형성된 신과 백성이 함께 즐기는 제사 및 가무를 중심으로 한 생산적이고 재미있는 전통 축제다.
포의족은 맛있는 음식으로 축제를 즐긴다. 키(簸箕) 위에 파초잎을 펴고 그 파초잎 위에 색·향·맛을 모두 갖춘 지역의 별미를 가득 올리는 ‘키연(簸箕宴)’은 손님을 초대를 위한 포의족의 대표적인 필수 메뉴로 고품질 찹쌀을 빨강, 보라, 검정, 흰색, 노란색으로 물들여 만든 ‘오색화쌀밥(五色花米飯)’이라는 별미는 색깔이 고울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이로운 특별한 음식이다. 추수를 감사하는 이 전통 축제날에 포의족인들은 곡신(穀神)에게 제사를 올리고, 새 쌀을 맛보고 벼꽃춤(稻花舞)을 추면서 ‘오곡이 넘치는 태평성대(五穀豐登, 國泰民安)’를 기원한다.
포의족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을 추며 축제의 분위기를 돋우고 그들의 행복한 삶을 기뻐하며 축하한다. 포의족 사람들은 청동북으로 청동북12조를 연주하는데, 고풍스럽고 깊은 고대 음악의 운치로 ‘풍년을 축하하고, 새해를 축복하며, 조상의 덕을 기리고, 악을 물리쳐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을 표현하는데 그 소리가 우렁차고 길어 멀리까지 울려 퍼진다. 포의족 사람들은 고단한 밭일을 가볍고 우아한 춤사위로 변모시켰는데 직조춤(織布舞)은 논밭의 개간, 파종, 목화의 수확과 채취 및 가공, 방적, 직조, 염색 등의 옷을 만드는 전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축제 기간은 포의족의 젊은 남녀들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들은 화바오(花包)를 던지고 나무 잎이나 피리를 불고 월금(月琴)이나 얼후(二胡)를 연주하면서 죽통 사랑가와 산가를 서로 마주 부르며 이상적인 연인을 선택한다. 이러한 활동을 ‘랑사오(浪哨)’라고도 부른다. 화바오춤으로도 잘 알려진 포의족의 전통 캉바오춤(糠包舞)은 젊은 남녀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때 화려한 화바오를 던지는 풍습에서 유래된 것이다.
포의족의 민속 예술 형식에 대해 언급하면 ‘팔음좌창(八音坐唱)’을 빼놓을 수 없다. ‘팔음좌창’은 ‘포의팔음(布依八音)’이나 ‘팔음좌탄(八音坐彈)’이라고도 청하는데, ‘속세의 절상, 천상의 소리’, ‘남판강변의 예술 명주’, ‘소리의 활화석’ 등의 명예로운 명칭도 가지고 있다. 초창기에 ‘팔음’은 ‘금석토혁사목박죽(金石土革絲木匏竹)’ 8종의 재료로 만든 악기를 가리켰는데, 이후 사죽악기(絲竹樂器)로 주요 반주를 하는 곡예 형태로 발전했다. 연주할 때, 여덟 사람이 소골호(牛骨胡)[소각호(牛角胡)], 후루금(葫蘆琴)[후루호(葫蘆胡)], 월금, 자고(刺鼓)[죽고(竹鼓)], 소통(簫筒), 차이(釵), 바오바오징(包包鑼), 샤오마징(小馬鑼) 등 8가지 악기를 나누어 번갈아 가며 설창하는데 팔음이 어우러진 노랫소리가 유유히 울려 퍼지면서 포의족 사람들의 삶의 희로애락, 그리고 이별과 만남을 생동하게 묘사한다. 축제의 성대한 행사와 관혼상제, 심지어 일상의 모든 소소한 일들이 포의족 사람들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져 불리고 있다.
산수화 속에서 청석판(青石板, 중국 전통 건축에 사용되는 매우 독특한 재료)이 깔린 길을 여유롭게 걷고 있는 포의족 소녀의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그녀의 전통 의상은 이 풍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식이 된다. 산뜻한 청색, 백색, 남색의 색조, 청색과 백색 체크무늬 두건, 화문 두건, 다층 주름치마, 정교한 자수 패턴들이 딩동거리는 은제 장신구와 서로 어우러져 사람들에게 포의족 의상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포의족 전통 의상은 전펑(貞豐) 스타일, 구이양 스타일, 후이수이(惠水) 스타일, 두윈(都勻) 스타일, 수이청(水城) 스타일, 전닝 스타일, 처헝(冊亨) 스타일, 쯔윈(紫雲) 스타일, 푸딩(普定) 스타일, 관링(關嶺) 스타일 등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구이저우 내 포의족 전통 의상만 해도 50여 종의 유형과 200여 가지의 스타일이 있으며, 근현대의 포의족 의상은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다. 납염(蠟染, 밀납염색)·직금(織錦, 견직물)·자수(刺繡)가 포의족 의상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납염은 자연스럽고 순수한 바탕색을 형성하며, 청색과 백색으로 그려진 ‘화폭’ 위에서 석류·모란·고사리가 무성하게 자라고, 나비·박쥐·까치들이 마음껏 춤춘다. 직금은 색채와 패턴의 대담한 배열을 통한 ‘어린 양 직금(羊羔錦)’, ‘물고기 직금(魚兒錦)’, ‘인물 직금(人物錦)’, ‘나비 직금(蝴蝶錦)’과 같은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한다. 다양한 색상의 실선이 더해져 패턴은 정교하면서도 촘촘하고,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양을 연출하고 자수는 바탕 원단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포의족 사람들은 역사적 사건, 기발한 상상, 화조어충(花鳥魚蟲), 초목등만(草木藤蔓), 산천하류(山川河流), 십이생초(十二生肖) 등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의상에 수놓아 입는다.
Edit: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and the picture belongs to the original author. If there is any infringement, please contact to delete it